스마트 워크 물결과 더불어 조직에 도입한 것 중의 하나가 개방형 사무실이다. 개방형 사무실을 도입한 조직들은 임원실, 책상 칸막이 등 임직원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상하 간, 동료 간의 소통과 협업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물리적인 환경이 조직원의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반면,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개방형 사무실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개방형 공간이 직원들의 소통, 정보공유,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협업, 문제해결, 혁신의 토대가 되고, 결과적으로 개별 조직원의 업무 성과와 조직 생산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방형 사무실의 부정적인 영향을 주장을 연구자들은 최소한의 장벽조차 없이 개인의 업무 공간이 전적으로 노출되는 개방형 사무실은 소음,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불만을 높이고,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려 결국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본문에서 사용된 ‘프라이버시’의 의미는 주변 자극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 것에 가까움
개방형 사무실의 효과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지난 7월 하버드 경영 대학의 이든 번스타인 교수는 개방형 사무실의 효과를 둘러싼 연구자들의 해묵은논쟁을 종식시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번스타인은 개방형 사무실의 효과가 연구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로 객관적 측정이 아닌 주관적 지각을 묻는 자기보고식 측정 방식을 지적하였다. 조직원들의 지각은 비일관되거나,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기존의 연구 방식이 갖는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설문이 아닌 사회측정 기기(sociometric badge)를 사용하여 조직원들의 상호작용을 직접 측정하였다.
[출처: Ethan S. Bernstein, The impact of the ‘open’ workspace on human collaboration]
번스타인은 개방형 사무실로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환 전후의 상호작용을 측정, 비교하여, 개방형 공간이 조직이 기대한 바와 같이 소통과 협업을 증진시키는지 검증하였다. 측정 결과, 개방형 공간은 조직에서 기대한 면대면 상호작용이 아닌 이메일 상호작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로 전환한 이후 조직원들의 면대면 상호작용은 약 70% 감소된 반면, 이메일 사용은 20~50% 가량 증가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소통을 위해 공간을 개방형으로 바꾸었더니 오히려 ‘온라인’ 소통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상호작용을 통한 업무 성과 향상도 그 효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한 기업의 임원은 “개방형 사무실로 전환한 이후로 생산성이 감소되었다”고 보고하였다.
개방형 사무실은 왜 면대면 상호작용을 감소시킬까?
업무공간에 대한 조직원의 만족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소리 프라이버시, 시각적 프라이버시, 소음은 조직원의 불만족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특히 시각적 프라이버시는 공간의 개방도가 높아질수록 만족도가 낮아지며, 소음은 개방형 사무실을 사용하는 조직원들에게 보다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조직원들은 소리·시각적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이메일을 대체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는 프라이버시가 낮은 환경에서 조직원들은 주어진 상황에 적응한다기 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사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출처: Kim J, de Dear R, Workspace satisfaction: The privacy-communication trade-off in open-plan offices]
프라이버시가 그렇게 중요한가?
조직 효과성을 위해서라면 프라이버시는 다소 희생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프라이버시가 조직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변의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모여 있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무슨 일이야?” 하고 그들에게 다가가게 되거나, 무시하려고 해도 동료들 쪽으로 자꾸 주의가 기울여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주의를 분산시키는 자극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업무 집중이나 수행에 방해를 받게 되고 자연스레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반면에 프라이버시가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업무몰입이 높아진다. 스틸케이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라이버시를 더 많이 확보하고, 업무환경에 더 만족하는 조직원의 11%는 업무몰입이 가장 높은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들이 인용한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높은 업무몰입을 보이는 조직원들은 사무실 밖에서 일을 하는 데에 업무 시간의 20%를 쓰는데, 이는 자신만의 업무시간, 즉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나와 관련있는 소음이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누군가는 “그럼 사무실이 도서관처럼 조용해야 되느냐?”,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은 뭐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경영 전문가인 데이비드 버커스는 “소음 자체보다 ‘누가’ 소음을 만드느냐가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환경 소음은 오히려 창의성을 촉진시키는데, 창의성 테스트에서 중소음(70 데시벨) 조건은 저소음(50 데시벨)이나 고소음(85 데시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 소음이 아닌 면대면 상호작용, 대화를 활용한 다른 연구에서는 소음이 창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카페에서는 집중할 수 있는 반면, 사무실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은 칵테일 파티 효과일 수 있다. 시끄러운 파티에서 우리는 주변 소음을 무시하고 앞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지만, 어디선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순간 갑자기 주의가 그쪽으로 쏠리면서 앞사람의 이야기에는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카페나 공유 오피스의 경우, 자신과 관련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자극을 무시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은 자신과 관계적, 업무적으로 관련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계속 주의를 뺏기게 되는 것이다.
‘개방’과 ‘프라이버시’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번스타인의 연구 하나만으로 ‘개방형 사무실은 상호작용을 낮춘다’라고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직이 개방형 사무실에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는 촉진하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원의 프라이버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알 수 한다. 오직 ‘개방’과 ‘프라이버시’ 간의 최적의 비율을 찾는 조직만이 협업을 통한 혁신과 생산성 모두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