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기업 버즈피드에서는 누구라도 CEO에게 메세지를 보낼 수 있다. 버즈피드에서는 내부 소통 및 협업을 위해 팀 메시징 서비스인 슬랙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CEO와의 채팅방을 개설하여 직원들이 CEO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직원들은 누구나, 아무때나 CEO에게 질문, 농담을 포함한 메시지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고, CEO는 이에 성실히 응답한다고 한다. 버즈피드의 인력분석 관리자인 맥스 브로어는 CEO 채팅방으로 인해 직원들이 경영진을 보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은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질뿐만 아니라 직원 몰입, 조직 헌신, 직무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조직에서는 제품, 서비스의 혁신 및 조직 문제 개선을 위해 인트라넷에 ‘아이디어 게시판’이나 사무실 내에 ‘건의함’ 등을 설치하여 조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조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높은 참여율을 얻어 냈다 하더라도 제안된 의견에 대한 후속 대응 부족으로 ‘함흥차사’라는 오명만 얻고 이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을까? 일부 기업들은 AI 기술이 접목된 직원 피드백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해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영국의 마케팅 회사인 쿽(Quirk)에서는 보다 간단한 방법을 이용하여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을 촉진한다. 이 회사에서는 ‘쿽 민주주의(Quirk democracy)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데,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붙일 수 있다. 게시한 아이디어가 12명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한 페이지 분량의 제안서를 제출하게 되고, 고위 임원진들이 이를 검토하게 된다. 이후 임원진의 승인을 얻으면 그 아이디어는 실행되고, 승인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임원들은 그 이유를 성실하게 설명한다. 만약 임원진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디어가 여전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토론에 부칠 수 있으며 투표를 통해 임원진의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
[출처: Kjerulf, Kill the suggestion box]
쿽의 게시판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게시판은 ‘아이디어’, ‘진행중’, ‘실행완료’의 각 프로세스 별로 진행 상황을 알 수 있게 구성하여 어떤 아이디어들이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지, 승인된 아이디어는 무엇인지, 지금까지 실행된 제안들은 무엇인지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게시판 한켠에 ‘묘지’라고 지칭한 영역에는 지지 부족이나 임원 부결로 인해 실행되지 못한 아이디어들을 게시하고 있으며, 다른 한켠에는 승인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에 소요된 비용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Kjerulf, Kill the suggestion box]
쿽의 직원 제안 프로그램이 우수한 이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제안 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할 핵심 요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쿽은 게시판에 처리 프로세스 및 결과를 게시함으로써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제안의 1차 선정 기준(12명 이상의 지지) , 부결된 제안의 투표 기능 등 제도적으로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실행되는 과정에 직원 참여를 포함시킴으로써 권한부여(empowerment)를 통해 직원 몰입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쿽의 경우처럼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직원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청취할 수 있지만, 의견 청취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1. 효과적인 소통 수단 선정
다루고자 하는 주제나 조직 규모에 따라 소통 수단을 다르게 선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성추행, 비리 고발 등은 핫라인으로 운영해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게 하고, 혁신 아이디어는 다수가 참여 가능한 소셜 미디어, 온라인 게시판을 활용해 브레인 스토밍과 아이디어 정교화를 유도할 수 있다.
2. 리더들의 참여
조직문화 전문가인 캐서린 전들은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의견 제안 프로그램’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Forbes에서 강조한 바 있다. 조직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직원은 없을 것이다. 관리자, 임원 등의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제안된 의견에 대해서는 쿽의 사례처럼 승인, 거부 이유 공개 등 명확한 후속 대응을 보여 조직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3. 수용적인 문화 조성
간혹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촉진하기 위해 제안 프로그램을 익명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림팀’의 저자인 쉐인 스노우의 경험에 의하면, 익명 프로그램은 유익함 보다 악영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익명성 자체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념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누가 문제를 제기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 이해를 위한 추가 탐색이나 원인 규명, 해결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하였다.
익명을 선호한다는 것은 조직 내에 신뢰와 수용성이 낮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자유로운 제안, 비판이 가능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익명성에 대한 요구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수용적인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DHL처럼 관리자들을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직원들은 버즈피드와 같이 상급자에게 농담, 질문을 던져도 된다고 생각할 때 개선을 위한 과감한 제안, 엉뚱해 보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