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X는 “화성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를 설립하여 인간이 우주여행을 하고 여러 행성에 살 수 있게 만들겠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2002년 설립되었다. 불가능을 넘어 허무맹랑해 보이는 목표이지만 스페이스 X는 2008년 민간기업 최초로 액체 연료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1단 추진 로켓을 발사에 재사용한 뒤 착륙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추진 로켓을 재사용하게 됨으로써 로켓의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성과를 얻은 것이다. 2005년 160명이던 현재 7천명 가까이 증가하였고 기업 가치는 약 360억 달러(약 43조 9000억원)로 추정된다.

[출처: SPACE X]

말도 안되게 높은 목표가 이러한 성과를 이끌어낸 것일까? 높은 목표의 효과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15년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의 야심찬 목표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1,500명이 넘는 직원이 자리를 잃는 계기가 되었으며, 2015년 2,500억 달러(약 300조원)이던 주식 가치는 900억 달러(2019년 기준)로 대폭 하락했다.

어렵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라는 기존 관행과는 다르게 구글을 포함한 실리콘벨리의 기업들은 달성 불가능한 높은 목표를 추구하라고 장려한다. 앞서 소개한 두 기업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시피 높은 목표는 혁신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기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높은 목표가 성과로, 실패로 이어지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높은 목표의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을 살펴보기 전에 높은 목표가 작동되는 매커니즘을 살펴보자.

높은 목표가 성과를 향상시키는 매커니즘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성과들은 그 당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어려운 목표를 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히말라야 등반, 인공위성 발사, 달 착륙 등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목표를 “가능하다”고 믿으며, 오히려 달성에 대한 강한 열망을 느낀 사람들이 이룩한 성과이다.

높은 목표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 시트킨은 높은 목표가 호기심, 재미, 열정, 에너지, 낙관을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이를 테면,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자”라는 목표에 대해 “우와 재미있겠는걸”, “어떻게 하면 화성에 갈 수 있을까?”, “우리가 최초로 화성에 가는거야!” 와 같이 긍정적인 반응,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높은 목표가 어려운 이유는 현재 여건, 역량으로는 해결이 어렵거나, 처음 접하는 상황, 문제이어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때문에 높은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게 하고, 새로운 정보, 접근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여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할 수 있게 한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가능한 한 많은 채널을 통해 지식을 수집하고, 과감한 시도를 통해 개선이나 혁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경영난을 타계하기 위해 기존에 1시간 가까이 걸리던 턴어라운드를 10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항공기가 도착해 승객이 내린 시점부터 정비 후 새 승객을 태우고 이륙하기까지 10분을 넘기지 말라고 한 것이다. 직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였다. 직원들은 자신의 직무에 국한된 하나의 업무가 아니라, 조종사가 정비사와 승무원의 업무를 돕는 것과 같이 시간에 따라 여러 업무를 수행하였고, 지정좌석을 없애 선착순으로 승객이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하여 탑승 시간을 큰 폭으로 줄였다. 현재는 규제 강화로 인해 턴아라운드에 25분이 걸리지만 여전히 다른 항공사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

스페이스 X가 추진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높은 목표는 당장에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추구하는 와중에 학습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내고,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게 된다.

높은 목표가 성과를 저해하는 매커니즘

높은 목표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국내의 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재무실적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높은 매출 목표를 설정하였다. 위기 상황인 만큼 더 강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건 현실적으로 안된다”,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이미 포기했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어려움에 부딪히면 회사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분통을 터트리거나, “어차피 안된다”라고 말하며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시트킨은 “높은 목표는 변화 필요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마주했을 때 공포, 무기력, 동기 저하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새로운 접근을 찾아보려는 의지와 행동이 억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위축된 문제해결 의지와 행동은 높은 목표의 성과 매커니즘에서 보았던 학습, 혁신의 기회를 차단시킨다. 또한 높은 목표은 그 자체가 실패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무력감과 동기저하를 겪는 직원들이 실패나 낮은 성과와 맞닥뜨릴 경우 ‘부정적인 감정-소극적 대응-낮은 성과’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높은 목표의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

왜 어떤 기업은 높은 목표로 인해 혁신을 창출하고, 다른 기업은 실적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걸까? 시트킨은 기업의 ‘최근 성과’와 ‘여유 자원(slack resources)’이 높은 목표의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목표 설정 연구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끈질기게 노력하고, 더 좋은 전략을 수립하며, 부정적인 피드백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기업의 직원들은 자기 효능감이 높기 때문에 어려운 목표를 도전, 기회로 인식하여 앞서 소개한 ‘성과 향상 매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반면 성과가 낮은 기업들의 직원들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즉 자기 효능감이 낮아진 상태이다. 따라서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높은 목표는 도전이 아닌 위협으로 간주되고, 무력감을 심화시켜 ‘성과 저해 매커니즘’을 작동시킬 수 있다.

또 다른 결정 요인인 여유자원은 돈, 원재료, 설비, 인력, 인력의 전문성과 시간 등 사업 운영에 요구되는 자원이 필요 수준을 초과한 여유분을 지칭한다. 여유 자원이 충분한 기업의 직원들은 여러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반면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들은 실험을 실행하기 어려우며, 실패는 기업에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레스토랑 요리사들에게 ‘대한민국을 뒤흔들 메뉴를 개발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고 상상해보자. 만약 이 레스토랑에 일 평균 음식 판매량을 초과하는 식재료가 있거나,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예산과 권한, 여유 인력이 있다면 도전적으로 여러가지 새로운 메뉴 개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일 판매량에 근접한 식재료, 부족한 예산 등 자원이 빠듯한 상태라면 ‘대한민국을 뒤흔들 메뉴 개발’이라는 미션은 직원들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 혁신으로 이어질 실험을 촉발시키기 어렵다. 만약 빠듯한 식재료를 이용하여 메뉴를 개발한다면 주문에 대응할 식재료가 부족하여 도리어 매출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다.

성과를 창출하는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최근 성과, 여유 자원과 같이 기업의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여 그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보통,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경우 그 위기를 타계하고자 더 도전적이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지만 그것은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열악한 상황에서 높은 목표를 고수하고 싶다면 목표에 대한 직원들의 감정이 어떠한지 점검하고, 만약 무력감이 팽배하다면 이것을 열망, 낙관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높은 목표가 최근 성과와 여유 자원에 따라 성과를 결정짓는다는 발견은 리더의 성과관리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자기 효능감은 내가 직접 경험한 성취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취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도 향상이 되는데, 각 구성원, 팀이 작은 성취를 할 때마다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팀원들의 자기 효능감을 높임으로써 도전적으로 성과를 쫓게 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팀원에게 던지는 “내가 도와줄 거 없어? 뭐 필요한 거 없어?” 한 마디는 리더가 지원군임을 밝히는 동시에 팀원에게 필요한 자원을 확인하고 제공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준다. 시스코에서 실시한 ‘최고의 팀’ 연구에 의하면 “이번 주 업무 우선순위는 뭐에요?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요?” 단 두 질문으로 이루어지는 체크인은 그 빈도가 높을수록 팀원의 직무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리더가 체크인을 일주일에 한 번 실시하는 경우 팀의 평균 몰입이 13% 증가하는 반면 한 달에 한 번 실시하는 경우 5% 하락했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목표 달성은 현실적인 목표 설계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조직 상황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작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부을 때 성과에 다가가고,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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