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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이동이 2024년 HR 트렌드인 이유

HR 전문가들은 내부 이동(internal mobility)을 2024년의 주요 HR 트렌드 중 하나로 꼽는다. 내부 이동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HR 트렌드로 내부 이동이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부 이동을 채택하는 조직의 목적, 달라진 직원들의 반응과 니즈에서 찾을 수 있다.

직무순환, 전환배치 등 기존의 내부 이동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로 실행되었다. 한 가지는 핵심 인재 육성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저성과자 대처였다. 조직에서는 핵심 인재로 하여금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조직의 가치 사슬을 이해하고 폭넓은 식견과 리더십 역량이 개발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많은 경우, 구성원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직무순환을 통해 얻는 배움 자체는 가치있다고 생각하였지만, 기존 커리어에서 이탈하는 직무 경험은 채용 시장에서 경력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목적인 저성과자 대처의 경우, 소속 부서에 기여할 수 없는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 새로운 기회를 주거나, 자진 사퇴를 종용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전환배치가 활용되었다. 이 또한 직무 이동 자체가 저성과자라는 낙인과도 같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조직의 목적이 무엇이든 내부 이동을 반기는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나는 최대한 다양한 직무 및 업무 경험을 쌓고 싶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는 72.8%, 30대는 68.8%로 나타났다. “경력(이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한 비율 또한 83%(20~40대 평균)에 달해, 이직과 전직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직무 경험에 대한 높아진 선호도와 함께 N잡러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었다. “N잡러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고 응답한 20대는 84%, 30대는 80.8% 로 나타났으며, “나는 N잡러와 같이 다양한 직업을 가져볼 의향이 있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 또한 20대 82%, 30대 77.2%로 높게 나타났다.

한 직무에서 꾸준히 전문성을 쌓아 올려야 한다는 과거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제 구성원들은 이직, 전직, N잡러 등 직무 변화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성장과 개발 기회’를 입사, 퇴사의 중요 기준으로 고려하는 요즘 풍토를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의 입장은 어떠한가? 조직의 주요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인재 부족이다. 인재 부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필요 인재를 신속하게 충원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한 스킬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성형 AI에 대해 숙련된 스킬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하고 싶지만 공급이 높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인력난이 지속되는 것이다.

다른 큰 고민은 인재 유지이다. 위의 직장인들의 달라진 직무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어렵게 인재를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혹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직의 인재 부족, 구성원들의 커리어 개발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내부 이동을 제안한다. 이러한 주장의 옹호자인 에디 골드버그(Edie L. Goldberg)는 Upwork, 원티드 긱스와 같은 프리랜서 플랫폼을 조직 내부에 운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스킬을 제시하고, 개인들은 자신의 스킬과 관심사를 소개하여 양방향으로 탐색과 매칭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내부 프리랜서 플랫폼’이라는 제안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것은 전환 배치가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듯 현 직무를 유지하면서 다른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방식이다. 완전한 직무 전환에 대한 부담이나 불안은 낮추고, 안전한 환경에서 새로운 스킬, 직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팀과 개인 모두에게 직무 적합도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N잡을 찾는 구성원들이 조직 밖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조직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음으로써 조직은 인재 확보•유지와 더불어 구성원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업무에 관심이 있는 HR 담당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외부 교육을 통해 관련 스킬을 배웠지만 현업에서 활용할 기회는 적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마케팅 팀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수행할 사람이 필요하지만 팀 내에서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HR 담당자는 이직을, 마케팅 팀에서는 단기 혹은 정규 인력을 외부에서 채용하기 쉽다. 그러나 내부에 구인구직 플랫폼을 운영한다면 이직, 프로젝트 지연을 방지하고, 직원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방식에 있어 하향식이 아닌 직원들에게 선택권, 즉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직원 몰입도 높일 수 있다.

골드버그는 효과적으로 내부 이동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6가지 핵심 원칙이 있다고 제안한다. 첫 번째 원칙은 ‘준만큼 받게 된다’이다. 관리자가 직원 자원의 일부를 나누어 줄 때, 자신 또한 필요한 인재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재를 독점적인 자신으로 간주하여 내부 이동을 막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호 호혜의 원칙이 작동하고, 인재를 조직의 공유 자원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라’로, 사람들이 ‘직무 안에서 어떤 일들을 했느냐’가 아니라 ‘스킬에 근거하여 어떤 것을 할 수 있는냐’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얻은 스킬을 수시로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독려해야 한다. 마치 링크드인 프로필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위의 예시에서 언급한 HR 담당자를 다시 인용하자면, 마케팅 팀의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하고 난 이후에는 자신의 스킬 셋을 업데이트함으로써 인재를 찾는 팀에게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 또한 데이터 분석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더 넓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은 ‘학습 조직 만들기’이다. 골드버그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킬 셋을 고려하면, 기업은 직원들이 보유한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데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스킬 개발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은 강의를 제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학습 기법인 강의실 중심의 지식 전달이 아니라 현업을 통해 스킬을 배우고 연마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시스코(Cisco Systems)는 서버 기술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클라우드 기반 기술과 사물 인터넷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계획했다. 이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직원 재교육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시스코에서는 내부에 플랫폼을 만들어 직원들이 사물 인터넷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프로젝트 참여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추가적으로 실행하는 조건이었지만 이 경험이 자신들의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높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직원들은 더 좋은 커리어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꺼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이러한 직원들은 노력은 조직의 전략 실행과 성공에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것이었다.

네 번째 원칙은 ‘업무를 민주화하라’이다. 업무와 관련하여 고용주에게 쏠려 있던 권한과 통제권을 직원들에게 이전하라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업무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고 매칭할 수 있으며, 원격으로 일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다면 기업은 물리적 장소, 시간에 제약 받지 않고 더 넓은 인재 풀에서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고,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과 조건(시간, 장소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골드버그는 이러한 업무 민주화와 내부 이동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일련의 프로젝트로 세분화하여, 구성원 각자의 스킬과 관심사에 따라 업무를 매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직무는 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가정에서 벗어나 직무를 프로젝트 단위로 세분화하여 업무 부피를 줄이고, 기간을 짧게 하여 내부 이동이 쉬운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애자일 조직 만들기’이다. 외부 환경이 안정적이라면 직무나 요구 역할이 달라지는 일도 드물다. 다르게 말하면, 내부 이동은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 고객의 요구와 시장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제안되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팀 기반 조직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에 맞는 문화와 조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애자일 조직 설계와 관련된 글은 ‘애자일 조직의 조건‘을 참고하라.)

여섯 번째, ‘기능 조직의 사일로를 해체하라’이다. 사일로는 내부 지향적 마인드셋을 조형하고, 고립과 부서 간 비협조를 야기한다. 사일로는 하나의 목적을 추구해야 할 조직의 구성원들이 ‘우리 팀’과 ‘너희 팀’으로 반목을 형성하며 신뢰 부족, 의사소통 부재, 분열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내부 이동을 인재 확보와 직원 몰입의 수단으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개인 혹은 어느 팀의 독점적 자원이 아니라 조직의 공유 자원이며, 유연하게 이동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야 한다. 즉, ‘어느 팀에서 온 누군가’가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할 동료로 인식되어야 신뢰,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 이동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일로 해체는 물론이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적인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1 COMMENT

  1. 글쎄요..아주 거시적인 HR 중심 관점으로 보입니다만… 사실상 불황이 장기화 되는 추세라 외부 채용은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채용이 급한 조직의 경우 내부에서 수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회사에서 직원의 장기적 커리어나 직무 만족도, 다양한 경험을 염두에 두고 내부이동 계획을 수립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생존‘이 급한 상황이다 보니 개인은 성장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마련이더라구요.
    늘 그렇듯 오늘 글도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어찌됐든 도움이 됐습니다만, 반면에 경영 환경에 따라 내부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마치 구성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 마냥 포장하고(사실상 이미 정해진 결말에 의한 것인데), 선택의 결과는 모두 개인에게 떠미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 좀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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