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HR블레틴 스킬 부스트 프로그램

최고의 인재가 모여 죽쑤는 이유, 팀의 5가지 역기능

여러분은 책을 자주 읽으시나요? 저의 경우, 기사나 논문처럼 짧은 글은 종종 읽는데 책은 자주 읽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책 한권 읽어보자’라는 마음에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목록을 살펴보는데, 책이 워낙 많다보니까 선택하는 것도 일이더라구요. 왜 심리 실험에서 인지 자원 고갈을 위해 선택 과제를 부여하는지 체감이 되더군요. 그러다 goodreads를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 리뷰 사이트인데요, 주제별로 인기 도서의 순위가 제시되고, 평점과 리뷰를 확인할 수 있어 편하더군요. 리더십 분야에서 1위인 책이 2002년에 발간된 패트릭 렌치오니의 The Five Dysfunctions of a Team 이었는데요. 마침 번역서도 있길래 일단 구매만 해놓고 며칠 전에야 읽게 되었습니다. 번역서의 제목은 ‘팀워크의 부활: 실리콘밸리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입니다.

이 책을 구매한 것은 4.09점이라는 평점보다는 107,262명이 리뷰했다는 사실이었는데요. 2위인 책보다 2배 이상의 사람들이 리뷰에 참여했더라구요. 주제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많이 사람의 리뷰를 이끈 비결이 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는 것이죠.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책 이야기로 들어가볼게요.

이 책은 디시전테크라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디시전테크는 역대 최고 연봉의 경영진, 탄탄한 사업계획, 최고 수준의 기술개발팀을 가지고 창업된 회사로, 창업 초기부터 벤처투자 회사들이 투자하겠다고 줄을 서고 난리가 납니다. 어느덧 직원수도 150명에 이르고, 성장세도 다른 신생기업의 평균 성장속도와 비교할 때 2년이나 앞설 정도로 잘 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 둘 사건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납기를 놓치고, 핵심 인력들이 갑자기 이탈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의 사기는 추락하고 일련의 문제들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죠. 이같은 상황을 더이상 지켜보기 어려웠던 이사회는 CEO 교체를 결정합니다. 창업자이자 CEO였던 제프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57세의,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력을 가진 캐서린을 새로운 CEO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사람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라고 말하는 소리가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이 되시죠?! 캐서린은 꿋꿋이 디시전테크의 임원들의 팀워크를 부활시키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요. 전반적인 스토리보다는 핵심 위주로 전달해 볼게요.

캐서린은 경쟁업체보다 좋은 인력 구성, 자금,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디시전테크가 경쟁업체에 뒤쳐진 이유를 팀워크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캐서린이 말하는 팀의 5가지 역기능, 즉 팀이 빠지기 위한 5가지 함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출처: 패트릭 렌시오니(2002), 팀워크의 부활, 위즈덤하우스]

팀의 발전을 가로막는 첫 번째 함정은 ‘신뢰의 결핍’입니다. 신뢰라고 하면 ‘사람을 믿냐, 안믿냐’로 논의가 흐를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신뢰는 심리적 안전감을 포괄하는 것으로 책에서 캐서린은 “훌륭한 팀의 팀원들은 자신의 실수나 약점을 기꺼이 받아들일 뿐 아니라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서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서로 신뢰한다면, 즉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를 멍청이 취급하거나 비난하지 않을거야’라는 믿음이 있다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게 되고 활발한 논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신뢰가 충분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약점 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 관계가 상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게 됩니다. 충돌의 두려움으로 의견 제시 정도는 이루어질 수 있지만 열띤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어쩌면 더 큰 문제는 회피일지 모릅니다. 신뢰 결핍의 증거로 논쟁의 부재를 문제로 꼽으면 “바빠서 논쟁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논쟁할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팀의 융화가 더 중요하다” 즉, 논쟁할 시간이 없다,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면서 문제를 덮어두고 애써 모른 체 넘어가려고 한다는 것이죠. 서로 불편해지는 관계가 싫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명확한 결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같은 주제가 매번 회의 안건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일시적인 융화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의사결정에 필요 이상의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죠.

이같은 ‘충돌의 두려움’에서 유도된 만장일치는 피상적인 합의로, ‘우리의 의견’이 아닌 OO이가 주장한, OO이 주도한 ‘남의 의견’이 될 뿐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동의된 안건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은 안건이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개인적인 몰입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즉 ‘헌신의 결핍’이 발생하게 됩니다. 조직의 결정이나 계획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적극적인 의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건설적인 충돌을 통해 내 의견이 우리의 의견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근간에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고요.

이러한 헌신의 결핍은 책임의 회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서 책임은 애초에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그만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목표 결과에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이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캐서린의 말을 빌리면 “모두가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목표치와 행동기준을 높게 정하고 서로가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독려란 응원뿐만 아니라 서로의 역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를 테면, 업무 진행에 대해 서로 진척을 묻고 충분한 수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서로 그 이유를 묻고 개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OO이가 주도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에 개입할 이유도, 의미도 찾기 어렵겠죠? 문제가 생기더라도 겉으로는 걱정하는 모양새를 취할수 있지만 속으로는 ‘거봐라, 내가 안된다고 하니까’, ‘나는 애초부터 하자고 한 적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먼산 불구경하듯 방관하게 됩니다. 물론 본인은 방관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요.

즉, 결과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과 앞에 생략되어 있는 주체는 무엇일까요? 조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직 결과, 성과에 대한 무관심은 ‘개인’의 결과, 성과를 쫓게 합니다. 조직의 성공에 기여하는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경력에 유리한 일에 몰두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조직 성과가 불투명해지니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업적에 치중하게 됩니다. 그것이 조직 성과와 무관해도 말이죠. 그래서 내 목표, 네 목표가 아니라 개개인의 참여를 통해 팀 구성원 모두가 몰입할 수 있는 ‘우리의 목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죠.

책에서 인상깊었던 다른 한 가지는 캐서린이 팀의 우선순위를 지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임원들은 자신의 조직(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일부는 자신이 이직하면서 함께 이동한 ‘자식같은’ 구성원들도 있고, 자식같은 구성원들은 기대에 부응해 팀에 충성을 다하죠. 그런데 임원들이 우선시 해야 하는 팀은 자신이 이끄는 팀과 임원 팀 중 어디일까요? 캐서린은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책임이 아니냐고 묻는 임원에게 “회사가 한 팀으로 행동하지 않는 훌륭한 관리자들의 집합이 되어버렸을 때, 그 관리자들과 회사에는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하며 임원들에게 최우선 팀은 바로 ‘임원 팀’임을 분명히 합니다. 임원들이 한 팀이 되지 않을 때 조직에 부과하는 비용은 엄청납니다. 이를 테면, 임원 동료 간에 불편을 야기하기 싫어서 제대로 조율하지 않는 일들은 각 하위 조직(팀), 실무 단에는 임원이 인식한 것보다 더 큰 혼란과 잡음을 만들어 냅니다. 올해 조직 전략이 다른 팀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라 우리 팀에는 자원을 축소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우선순위로 삼는 팀이 무엇이냐에 따라 행동이 확연히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고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조직 전문가인 저자가 컨설팅한 여러 사례 중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디시전테크라는 가상의 기업으로 구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캐릭터들이라 책에서 묘사하는 상황에 쉽게 몰입이 되더라구요. 저는 함정의 내용만 다뤘지만 책에서는 원인과 대응도 간단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경영, 리더십을 다루는 책들은 보통 전문 용어나 이론을 차용하기 마련인데 딱딱한 개념 설명 없이 이야기에 빠져 들게 하고 통찰을 주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워크를 고민하는 리더가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구성원과 함께 읽고 나눔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양민경 | 성장 퍼실리테이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의 미션입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보유한 탁월성을 발견하여 최상의 역량을 발현하고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댓글 남기기

댓글 입력하기
Please enter your name here

뉴스레터 구독하기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