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커리어 개발은 구성원의 입퇴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Z세대의 경우 커리어 개발 기회가 보상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Gen what? Debunking age-based myths about worker preferences, McKinsey & Company]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한 임원은 회사에 비전에 없다고 불평하는 직원들을 겨냥하며 “커리어 비전은 스스로 세우고 나아가는 것이지 회사에서 정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목표가 분명해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 여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명확해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커리어 개발의 책임은 구성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구성원과 밀접하게 일을 하는 것은 팀장이기 때문에 팀장이 구성원의 커리어 개발을 이끌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의 성과를 위해서라도 구성원을 잘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조지 웨스터만(George Westerman)과 애비 룬드버그(Abbie Lundberg)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구성원의 커리어 개발에는 팀 리더나 구성원 스스로가 아닌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접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관리자라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직무나 부서 외에 어떤 성장 경로가 있는지 모를 수 있으며, 우수한 직원을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 다른 진로를 탐색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구성원의 커리어 개발을 전적으로 팀장에게만 의존하는 경우, 팀장과 진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팀원들은 그 효과를 얻을 수 없고, 불편감과 불안(‘이 대화로 인해 현재 업무에 불이익이 있는 거 아니야?’)만 야기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의 커리어 개발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 그들은 ‘기회와 경로에 대한 가시성’, ‘학습 및 훈련 기회’, ‘풍부한 피드백과 코칭’이 커리어 개발 체계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기회와 경로에 대한 가시성
현재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은 커리어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명확히 볼 수 있을까? 조직 내에서 가능한 다음 경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지 못하는 직원들은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현재 직무에서 이동 가능한 경로, 발전 경로를 제시하고 새 직무에 필요한 스킬, 역할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성장 경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경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GE Digital에서는 ‘커리어 디스커버리’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커리어 디스커버리는 커리어 경로를 보여주는 도구로 직원이 자신의 역량과 관심사를 입력하면 가능한 커리어 경로를 보여주고, 현재 경력 사다리에 없을 때에는 다른 회사 내 역할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역할에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고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안내해준다.
피츠버그 대학교 메디컬 센터(UPMC)에서는 직원들의 커리어 탐색을 돕기 위해 자신의 직무를 맡았던 사람들이 어디로 이직했는지, 자신의 직군에는 어떤 역할들이 있고, 그 역할은 누가 수행하고 있는지 탐색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특정 직무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역할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거나 채용 기회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Unilever에서는 ‘목적 발견’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경험과 목표를 되돌아보고 향후 6~18개월 동안의 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스킬을 쌓고 전문성을 인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외부 교육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학습 및 훈련 기회
모건 맥콜(Morgan McCall), 로버트 아이싱어(Robert W. Eichinger), 마이클 롬바르도(Michael M. Lombardo)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70:20:10 모델을 제안했다. 학습은 70%의 업무 경험, 20%의 피드백과 사회적 학습, 10%의 공식 훈련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주변에 아무리 좋은 롤 모델이 있고, 교육 훈련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면 학습 효과는 떨어진다. 따라서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직무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시에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피델리터 인베스트먼트에서는 교육과 실습, 피드백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 지원 담당자 교육을 예로 들면, 오전에 새로운 교육을 배우고 낮에는 관리자가 참관하는 가운데 배운 스킬을 실제 고객과의 통화에 적용한다. 그리고 다시 모여 교육 참석자들은 그날 배우고 실습한 스킬에 대해 회고하면서 학습을 강화시킨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에서는 ‘열린 인재 시장( open talent market)’을 운영한다. 관리자들은 열린 인재 시장에 단기 프로젝트, 정규 채용, 멘토십 기회를 올리고, 직원들은 자신의 흥미에 맞게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직무에 관심이 있는 직원은 단기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실제로 업무를 경험해보고 직무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인재 채용이 어려운 코로나 기간에 열린 인재 시장을 활용해서 단기 프로젝트 인원을 충원할 수 있었고, 단기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직원들을 접할 수 있어 더 나은 채용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로부터 “비전이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 시기를 살펴 보면 새로운 업무가 충분히 익숙해져 더 이상 도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이다. 직무를 전환하지 않더라도 맡은 직무에서 업무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역할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구성원에게 좀더 도전적인 업무를 배정할 수 있다.
풍부한 피드백과 코칭
피드백의 유용성과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피드백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분기 별로 360도 피드백을 실시하기도 한다. 다만 웨스터만과 룬드버그는 “관리자에게 피드백을 하라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관리자가 피드백을 잘 수행하는 것은 별개”라고 지적한다. HR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정책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관리자들이 피드백, 코칭을 잘 제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시키고, 구성원에게 관리자의 피드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즉 피드백이 충분한지, 도움이 되는지 등을 조사하여 운영 방식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직원들에게 보다 유용한 피드백과 코칭을 제공하기 위해 암스테드 인더스트리(Amsted Industries)는 한 구성원에게 두 명의 코치를 지원한다. 코치 중 한 명은 구성원의 직속 관리자로 현재 역할에 요구되는 성과를 중심으로 면담을 진행한다. 나머지 한 명은 다른 사업부의 관리자로 구성원의 개발에 대해 면담 및 멘토링을 제공한다. 직속 관리자는 성과 리뷰를, 타 부서 관리자는 개발 리뷰를 책임지는 것이다. 암스테드 인더스트리에서는 관리자가 맡고 있는 팀의 성과뿐만 아니라 타 부서 직원의 개발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고 있다. 허울뿐인 제도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함이다.
커리어 면담을 운영하는 조직의 한 구성원은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 커리어 계획은 개인적인 것인데 왜 회사에서 이것을 제출하라는 것이냐”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커리어 개발 계획서만 제출했지 그와 관련된 지원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커리어 개발 계획 작성이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의 향후 진로를 염탐하는 수단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사례는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잘 작동되어 직원들이 커리어 개발을 지원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웨스터만과 룬드버그가 지적한대로 단순히 팀장에게 “커리어 면담을 진행하라”라고 지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기 리뷰 시스템, 리더십 교육 등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유용성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