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경험 관리 플랫폼인 Culture Amp는 4,000여개의 고객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직의 성장 단계, 규모에 따라 조직문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하였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이미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관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표본이 편향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성장 단계, 규모 별로 조직문화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를 살피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조사 내용 중 직원몰입으로 중심으로 분석 결과를 소개한다.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와 투자 유치 간의 관계
조직문화와 관련하여 스타트업 CEO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조직문화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KPI 달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조직문화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었을 때 신경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Culture Amp의 조사 결과를 보면 조직문화나 직원몰입은 절대 후순위로 미루어서는 안될 과제로 보인다.
[출처:2021 Culture Crunch Report, Culture Amp]
투자를 유치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는 직원몰입, 회사에 대한 자신감(confidence), 혁신, 리더십에서 차이를 보였다. 투자를 유치한 기업의 구성원들은 “나는 우리 회사를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뿌듯하다”와 같이 더 높은 몰입을 보이고,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경쟁사만큼 혹은 그보다 더 좋다”, “3년 후 우리회사는 큰 성공에 이를 것이다” 처럼 회사에 대한 자신감도 더 높다. 그리고 “조직 리더를 신뢰한다”,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회사 성공에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와 같이 리더에 대해 더 높은 신뢰를 보이며, “우리 회사에서는 새롭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한다”, “비록 일부 아이디어가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혁신을 장려한다” 처럼 혁신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혹시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을 아닐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 3년 전 시점부터 해당 지표를 살펴보았는데,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들보다 직원몰입, 회사에 대한 자신감, 혁신,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더 높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출처:2021 Culture Crunch Report, Culture Amp]
많은 스타트업들이 더 큰 투자를 받기 위해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양적 지표 개선에 치중한다. 하지만 위의 결과는 더 큰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을 함께 만드는 것이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그들이 몰입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와 주가 상승 간의 관계
Culture Amp는 조직문화와 스타트업 성과 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들의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주가 상승을 기준으로 상위 33%와 하위 33%를 나누어 비교하였다.
[출처:2021 Culture Crunch Report, Culture Amp]
이 둘 기업군 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회사에 대한 자신감, 리더십, 몰입이었다. 즉, 회사에 확신을 나타내고, 리더에 대한 신뢰를 갖고, 회사에 몰입하는 구성원들이 많은 기업들이 더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요인 별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문항을 살펴보면 “3년 후 우리회사는 큰 성공에 이를 것이다(회사에 대한 자신감)”,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회사 성공에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리더십)”, “우리 회사는 내가 다른 곳에서 맡았을 비숫한 역할을 넘어서도록 동기부여한다(직원몰입)”은 상위 33% 기업이 하위 33% 기업보다 각각 9%, 8%, 7%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의사결정 참여, 개인 목표와 조직 목표와의 연계, 역할 명확성, 보상 공정성 등을 측정하는 ‘연계(Alignment)’와 관리자(직속 상사)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는 ‘관리자’, ‘일과 삶의 균형’은 두 기업 간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인원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직책도 늘어나게 된다. 내부에서 승진시키든 외부에서 영입하든 간에 리더급 인사를 채용할 때에는 직무 전문성 못지 않게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확신(비전)과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장하는 기업 vs 성장이 위축되는 기업
기업의 성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인원수이다. 성장하는 기업은 한 해 동안 배수의 인원이 증가하곤 한다. 반대로 부침을 겪는 기업은 인력조정을 단행하거나 직원들의 자발적인 이탈로 인해 그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직원몰입과 기업 성장세 간에도 관련이 있을까?
Culture Amp는 한 해 동안 인력이 15% 이상 증가한 기업(성장 기업)과 반대로 5% 이상 감소한 기업(성장 위축 기업)의 직원몰입 지표를 비교하였다. 이 때, 직원몰입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안정기(인력 변동이 -5%~15% 사이)를 거쳐 다음해에 성장과 축소로 갈린 기업들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삼았다.
[출처:2021 Culture Crunch Report, Culture Amp]
두 기업군 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을 살펴본 결과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나를 동기부여시키는 비전을 말한다”, “매일 일어나는 의사 결정을 통해 여기는 품질과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새롭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한다”로 나타났으며, 성장 기업은 성장이 위축된 기업보다 각각 11%, 10%, 8%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성장하는 기업 구성원들은 회사의 비전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혁신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강조하는 문화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는 두 기업군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직원몰입 차이
HR 담당자와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종종 듣게 되는 표현은 우리는 “대기업이어서”, “중소기업이라서”, “스타트업이라서”이다. 기업 창업자나 대표이사의 철학이 조직문화에 큰 틀을 구축하지만, 조직이 커가면서 조직문화가 변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조직 규모 별로 주요 과제에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직원몰입은 달라질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Culture Amp는 조사에 사용된 각 문항과 직원몰입 간의 관계를 분석한 후 상관값 크기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 무엇이 직원몰입과 관련이 더 높은지 비교하고자 한 것이다. 아래의 그래프를 살펴 보면, 조직 규모에 따라 직원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2021 Culture Crunch Report, Culture Amp]
소규모일 때는 회사 미래에 대한 확신(“3년 후 우리회사는 큰 성공에 이를 것이다”)이 직원몰입에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5001명 이상) 그 영향은 덜 해진다. 주관적으로 믿지 않아도 기업 규모, 매출, 인지도 등 객관적으로 성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스템, 프로세스의 영향은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줄어든다. 조직이 커지면서 제도, 시스템이 도입되고 고도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니즈가 많이 해소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을 포함하여 중소기업에서 자주 제기되는 직원 불만은 “체계가 없다”이다. 공식화된 절차가 없는 경우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업무 비효율을 양산하기도 한다. 시스템, 프로세스 부족을 “현 단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는 기업들을 종종 본다. 그러나 체계를 갖추는 조직은 직원몰입을 더 높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성장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프로세스 공식화에 뒤따르는 “페이퍼워크가 많아졌다”와 같은 직원 불만이 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관리를 위한 체계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업무 수행을 돕는 데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공정한 보상, 인정은 중소 기업에서 직원몰입의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성과관리 체계를 갖추고, 누가 잘 하고 못하는지 속속들이 확인할 수 없는 대규모 기업에서는 그 중요도가 덜 해진다. 연간 재직자의 2배수 이상의 인원이 충원되고 직원수가 100명 가까이 이르면 내부 인력과 외부 영입 인력 간의 급여 차이, 성과 기여도 반영 등 공정한 성과 평가 및 보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이러한 요구를 시기적절하게 대비, 대응하는 조직은 높은 직원몰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업무 범위가 넓고 재량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질수록 업무는 분업화, 전문화되고 프로세스가 체계화되기 때문에 업무 재량이 낮아진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1,000명 이상의 조직에서 업무 재량 여부가 구성원들의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각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큰 조직에서는 정보 공유가 직원몰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5,001명 이상의 조직 구성원들의 몰입에는 “나의 관리자는 회사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가 높은 상관을 보였으며, “우리 회사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회사 상황을 알려 준다” 또한 5위 안에 들어 직원몰입과 더 큰 상관을 보였다. 대기업일수록 정보 공유가 어렵지만, 그런 만큼, 부서 관리자뿐만 아니라 경영진들이 나서 회사 상황을 공유해줄 때 직원몰입을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